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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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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안아줘봐 ”
 ㅇ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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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서기
2009-03-2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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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일요일 아침이고 사진을 찍느라 두어시간 힘을 쓰고 난 뒤이고 장소는 자갈치시장이라 그것도 난전 꼼장어집 중간쯤에 있는 국수집이라 이상국시인이 말하던 어머니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던 그런 할머니같은 여자가 하필이면 그 집 주인일세 말야. 다른 날 같았으면 고깃기름 둥둥 떠 있는 아침식사를 했을 것인데 그날은 보아둔 밥집이 있다면서 국수집으로 발길을 하시네. 빈그릇을 가지러 간 주인 없는 국수집, 길가에 의자를 내 놓고 앉아 오뎅 국물에 우선 삶은 계란부터 툭툭 두들겨 껍질을 벗기고 먹는데, 우선 시장기를 조금 밀어내 놓고 주인 오기를 기다리는데, 주인아줌마가 오자말자 국수를 시키는데, 삶아둔 국수가 없다면서 물을 끓이고 국수를 삶는데, 끓는 물에 국수가 들어가니 흰거품이 올라오는데, 나는 고향 바다를 생각했다 이말이지 16초소인가 17초소인가 하는 군 막사가 해안가 바로 곁에 있던 대밭산 옆 모래사장이 있던 바다, 흰거품이 유난히 많았던 그 바다 생각이 났다 이거지. 조금만 힘을 주어도 툭툭 부러지는 가느디 가는 국수의 면발이 뜨거운 물에 들어가고 나서야 먹을 만한 것이 되는데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게 저런건가 국수 끓는 모습을 보며 일 없이 별 생각을 다 하고 있는데 삶은 국수를 그릇에 옮기고 시금치를 넣고 난 뒤, 그래 그 뒤가 문제였던거라. 내 보기에는 진짜 순식간에 국자를 들고 있던 아줌마가, 국수집 그 아줌마가 오뎅국물을 국수에 붓는 그라, 내참 아니 그 일이 태연하게 순식간에 일어났던거라, 그 오뎅국물이라는 것이 좀 전에 삶은계란을 먹을 때 목 맥히지 마라고 곁들여 먹던 국물인데 한 모금 마시면서 선생님이 야! 이거 새우로 우려냈네 하시면서 한 족자를 꿀꺽 한 바로 그 국물이라 그 말씀이지. 아줌마한테서 내 국수그릇을 전해 받으며 나는 그래도 태연한 척 젓가락을 들고 국수를 한 젓가락 감아올려 입 안으로 밀어 넣는데 내가 그만 놀라고 말았네. 아니, 이게 왜 이리 맛있는거야? 계란 먹을 때 먹던 그 국물맛이 아닌거야. 오뎅국물의 재탄생인가? 국수면발 또한 자갈치시장 난전의 모습 그대로인거야. 약간 서걱하면서도 두어번 씹어야 제 맛이 올라오는게 가늘고 쫄깃한 면발의 세련된 맛하고는 틀리다 그말이지. 길 가는 아무하고나 마주 앉아 국수를 먹어도 서먹하지 않을 바로 그 맛이네. 그래서 생탁 한 병을 땃던거야. 바다를 매립하기 전의 자갈치, 그 40년 전의 바다의 경계를 정확히 알고 있는 국수집 아줌마. 그 경계 어디쯤에서 선생님은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친구 한 명이 오줌을 누다 바다에 빠진 얘기를 생탁을 마시며 하셨지. 나는 또 고향생각이 났던거야. 불 꺼진 어판장에서 오줌깨나 누었던 나지만 그래도 그 얘기는 안 하고 일어났지. 일어서서 자갈치시장을 빠져 나가는데 등이 뜨뜨한거야. 살다보면 이런 날도 있지. 누군가 내 등 뒤에서 나를 안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날 말이야. 이른 아침 자갈치시장에서 국수 한 그릇을 먹고 나서도 그럴 수 있는 거야. 내 글이 여기 어디서 끝났으면 하지만 그래도 그날 내 생각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거든 그래서 이 글도 조금 더 나가야 할 것 같다 그말이지. 우리가 생탁을 비우고 있을 때 아줌마는 끓는 물에 시금치를 넣고 시금치를 데치는데 국자로 시금치를 툭툭 치며 시금치의 숨을 죽이는데 나는 아줌마의 그 손길에 무심할 수 없었던거야. 오늘이 아버지의 기일이고 나는 국수 한 그릇에 숨이 죽어 아니, 숨이 죽어야 비로소 국수 그릇에 담길 수 있는 시금치처럼 그렇게 숨이 죽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생각 했던거야. 아버지와 바다 19편의 소제목은 “아버지의 유산”이다.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삼우제를 지내고 만삭인 아내와 돌아온 신혼집. 그 신혼집 바로 옆에 있던 아파트 단지 안에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 후다닥 피었다가 후다닥 지는 꽃. 그때의 상실감을 조금이나마 매워준 것이 바로 그 벚꽃이었던 거지. 자식들에게 10원짜리 하나 남기지 못한 아버지가 자식들 보기 미안하셨던지 야들아 내 너그들한테 줄 건 없고 이거라도 주고 간다 하시는 것 같았지. 뭐 그래 꽃같이 사셨다고 이럴 걸 주고 가시는지.... 하여간 국수 한 그릇에 내 생각은 면발처럼 길어지기만 하고 별 생각을 다 한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날 국수는 정말 끔직이도 맛이 있었다 이말이지. 그리고 내 글도 여기서 끝을 내지 뭐. 선생님! 당분간 일요일 아침식사로 국수는 어떠신지요. 아침잠 없을 연세(이래도 되는가?)는 족히 되셨을 조르바선생님은 일요일 아침 뭘 하시는지 혹시 자갈치시장에서 국수 한 그릇은 어떠신지, 사진도 좋고 아니라도 좋은 일요일 아침 다들 자갈치에서 국수 한 그릇은 어떠신지 감히 묻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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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
2009-03-23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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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 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서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치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음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나서기씨도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쳐셨는가 여명이 허기 같은 아침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 때문인가 자갈치 아!아! 자갈치 백석이 얘기하는 여인숙 국수집의 새까마니 때를 올린 그 목침같은곳 당신이 국수를 먹을시간 이면 자갈치 사람들 이른 노동의 한 김이 빠져 고단한 허기를 느낄쯤 이 황홀(?)한 초대를 어찌 거부 할 수 있겠는가 이 봄날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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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섭
2009-03-25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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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제대로 된 국수를 먹으면 가슴이 서늘하다 제대로 된 국수를 먹고 일어나면서 등이 뜨뜻한 넘 보면 내 등이 더 서늘해진다. 그것은 살아온 내력의 온도지. 뜨뜻한 등의 온도를 한번도 안아보지 않는 넘들은 모르지. 이빨 사이의 면빨 끊어지는 속도로 그 인생을 감지했던 시절들 정말 절망의 시간들... 그것의 만분의 일초로 인생들을 판가름 해야 하는 시간이 되었지.... 내 생각은 수제비빨로 짧아져 도저히 틈을 찿을 수 없고 .. 그저 몸의 두께로만 뒤척일 수 밖에.... 조르바 성은 속히 일요일 아침나절의 젖어있는 국수 집으로 오라.... 생탁 두어병정도야 그대 가슴에 깊숙이 지를 수 있으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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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서기
2009-03-2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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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리본 넘은 압니다. 세상이 커다란 모서리라는 것을.... 여기 하나 내려놓고 갑니다. 아버지와 바다 18 - 다시 화진포에서 저것은 절명이다 죽지만 사라지지 않는, 남대천 연어가 먼 길 돌아 제가 난 강가로 돌아오듯 이곳이 남대천 이기라도 하듯 파도는 끝없이 밀려와 여기 해변에 이르러 맥을 놓는다 보아라, 수천 킬로미터를 쉼 없이 달려와 마지막 말을 쏟고 자기를 내려놓는 것의 저, 아름다움을 보아라 제 몸 속을 하얗게 비우며 파도는 해변에서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돌아간다, 되돌아가는 것이 어디 쉬우랴만 몸 위에 몸을 포개며 다시 되돌아간다 (조르바 선생님, 이번주 일요일은 아이들에게 봉사하는 날로 정하고 어딜 좀 다녀올 생각입니다. 행여 자갈치의 젖어있는 그 국수집에 제가 없더라도 타박하지는 말아주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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