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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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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다한 소식과 아기들 사진 올립니다. ”
  이제야 선생님의 글과 사진을 봤어요. 기다리던 선생님의 답장을 받은 소녀처럼 기쁘고 들뜬 마음... 실은 울산시청 근무하다가 3년전에 그만두고 마음껏 놀고 있었는데, 신랑이 짤리는 바람에 부랴부랴 다시 시험쳐서 면접보고 연수받고 하느라 정신 없었어요. 삶에 목표도 없고 좌충우돌... 이런 모습이 늘 부끄럽기만 했는데 지금은 우습기도 하고 연민이 느껴지기도 해요. 제 아기들 이쁘지요? 서로 한눈에 반해 한 달 만에 결혼해서 만든 작품이랍니다. 제 온 존재가 통째로 스며드는 듯한 느낌(!)을 받고는 학교도 사상도 여타조건도 모른채 결혼했는데, 결혼해서 보니까 백기완 선생 기사 스크랩을 하고 있는 자생적 운동꿘(?)에다가 7남매의 장남 노릇을 해야하는 막내라 말못할 고생도 엄청 했지만, 선생님이 말씀하시던 사랑과 존경...에 푹 빠져 살지요.^^ 대학때 통과의례를 심하게 치르면서 몸의 묵직함도 줄었구요, 성격도 편안해지고 조금은 변했답니다. 오래 알던 남자친구가, 늘 칙칙하기만 하던 저의 환한 웃음을 보며 당황했다고까지... 그래서 그기 사랑의 힘이라고 유세을 떨었지요. 예전엔 ‘나도 빨리 커서 선생님처럼 세상에 대한 통찰력과 당당함을 갖추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냥 나이만 먹는다고 되는게 아닌 것을... 지금도 부질없이, 빨리 나이들어서 세상을 관조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산답니다. 여전히 혼란스럽고 힘겹지만, 이제는 자신과 타인을 사랑한다는 것이 뭔지 조금은 알 것 같고, 무엇보다 세상을 살고싶게 만들어준 신랑과 두 아기들을 보며 힘내고 있지요. 만년 소녀이신 우리 선생님이 할머니 선생님이 되셨다니... 한울이가 벌써 군대 갔다니... 제가 나이 드는 건 모르고 늘 ‘그때 그시절’ 생각만 하나봐요. 요즘은 신문을 꼼꼼히 보고 있어요. 얼마 전에도 무슨 행사에 선생님의 성함을 봤는데 일정이 겹쳐서 못 갔어요. 조만간 뵐 날이 있을 것 같은 예감...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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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춘희
2005-08-1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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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 글을 읽으니 사랑의 힘이 얼마나 큰 지 알겠다. 지금은 환하고 맑은 웃음으로 다른 이에게 빛을 주는 당당한 아줌마구나. 살도 빠졌다면 부용같이 아름다운 줌마가 되었으리니. 네 아들 딸의 얼굴을 깊이 들여다 보고 있으니 그 뒤로 수희가 약간 어긋진 치아들의 자유로움 사이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네 아이들의 말간 모습들에 빠져들다 보면 세상에 목표를 설정하고 앞으로만 나아가야 한다는 가치관이 우리네 삶과는 동떨어진 것이고,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우리 머리에 디밀어 넣어서 우리를 주눅들게하는 자본확산적인 이데올로기라고 느껴지지 않니? 요즘 나는 아이들에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 그 자체가 얼마나 놀랍고 아름다우며 소중한 것인가를 말하고 있다. '들꽃사랑' 동아리도 만들고 아이들이 섬세하고 고운 감성을 찾아내고 또 다른 이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품을 수 있는 아주 작지만 소중한 모습들을 서로 가지고 나눌 수 있도록 힘을 쏟는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내가 자신들을 자연과 가까이 하며 살 수 있는 인간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하고 있지. 들꽃 이름을 많이 아는 선생님, 자연 그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선생님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 교사들은 나를 '무공해 인간' '흰머리 들꽃 소녀'라고 부른다. 우리가 살아간는 그 모든 것들이 한 덩이로서 서로 나눌 수 없는 가치임에도 많은 이들이 나를 환경운동이라는 영역으로 떼어 놓는구나. 내가 활동하는 범위가 좁다는 뜻이겠지? 좁든 넓든 내가 스스로 부끄럽지 않으면 당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와 같이 생각하고 사는 사람들을 '근본 생태주의자'라고 규정도 하더구나. 간단히 그려본 내 모습이다. (수희에게는 보이지 않던 다시 찾아낸 내 모습이지) 지금 우리 집 인터넷이 불안하여 점검한다고 글을 빨리 마치라고 하는구나. 어정쩡하게 나간다. 나중에 다시 들어오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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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춘희
2005-08-18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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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야, 이 게시판이 좀 어눌해서 수정이 되지는 않는다는구나. 어설프게 흘린 마음 자국들 지우지 못하고 다 남겨 두어야 하다니. 맑아서 좋긴 하다만... 당당함이 넘쳐 온 천하에 자신의 모습을 다 보여준다고 유리 집을 짓고 살던 사람이 얼마 뒤에 담쟁이 덩굴로 은근히 가려진 집에서야 제대로 살게되었다는 소설을 본 적이 있다. 한 번 쓰면 고칠 수 없다는 말에 몇십 년 전 기억 저 편에 있던 소설이 생각나니 그도 또한 좋긴 하구나. 연수도 받았다면 취직을 했다는 말이겠지. 처음에는 조금 힘이 들겠지만 얼마 동안 정신없이 일을 하다가 지치거나. 문득 생각나면 또 그리운 이들을 찾아서 힘을 다시 채우렴. 이 글을 쓰면서 수희가 보내준 사랑과 웃음이 너무 아름다와서 내 가슴도 뛴다. 이렇게 벅찬 기쁨을 주는 많은 이들이 정말 고맙다. 수희도 꼭 같은 마음이리라 짐작한다. 수희야. 우리가 사랑하며 행복하게 사는 그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작은 웃음이라고 피워낼 수 있다면 흐뭇하게 생각하며 열심히 살자. 햇빛을 담뿍 받으며 아름다운 꽃을 맘껏 피워내는 한 송이 들꽃으로, 실포시 돋아나는 보드라운 새 잎으로, 엽록소를 한껏 써서 제게 붙은 살붙이란 살붙이에게 힘 닿는데까지 생명을 퍼 나르는 도톰하고 짙은 강한 잎사귀로, 때로는 그늘진 제 세상을 만나면 맘껏 뻗어나가려고 바위에 말라 붙어서 따가운 햇살을 견뎌내며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는 한 줌 이끼가 되더라도 무엇으로든 힘껏 살자,열심히 사는 수희에게 군더더기 말을 하는 것 같아도 언제든 내게든 누구에게든 다짐하고 또 다짐해도 되는 말이 아니냐. 수희 덕에 이제 수희 신랑도 우리 안에 들어와 힘을 주는 사람으로 있구나. 참 좋다 수희야. 네 사랑(들)에게 내 마음까지 두루 퍼뜨려 주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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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춘희
2005-08-1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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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려다가 네 아들 웃음을 다시 보니 눈 시울이 뜨거워진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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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희
2005-08-18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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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소녀... 정말 선생님께 딱 맞는 이름인 것 같아요. 언젠가, 모든 운동은 환경운동으로 귀결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삶과 생명에 대한 사랑, 넓고 푸근한 엄마 마음이 모든 운동의 시작과 끝이 아닐까요? 선생님의 답글을 보며 저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 사랑해요,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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