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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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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다섯명이 있는 풍경 ”
 새벽 조아오 피레스의 연주로 바흐의 영국모음곡을 들으면서 몇가지 생각이 난다. 그 당시의 화려한 폴리포니를 녹여내면서 어떻게 이런 단순하고 명징한 화성의 체계를 갖추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당대의 귀족들을 만족시키면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무명의 술고래가 수백년 지난 지금 서양음악의 성전처럼 우뚝 서있는 힘을 어떻게 설명할것인가.. 그의 천재만으로는 설명이 되질 않는다. 당시 등장했던 부르조아음악의 모든 유형들을 흡수한 채로 그 안에서 다시 근대적인 화성언어를 구축한 방식들.... 놀랍게도 그것들은 가장 중세적인 경향의 작곡방식이었다. 그의 다성음악에 기초한 작곡방식은 당시에는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보여졌고 놀랍게도 그의 아들 필립 엠마뉴엘 바흐조차 그의 아버지를 비난하였다. 하지만 그는 유행이 지난 팔레스트리나. 라소.버드. 탈리스의 대위법과 화성을 그는 극적으로 자신의 악보와 악기 위에서 용광로처럼 녹여냈던 것이다. 일견 왕과 부르조아들을 위해 복무했던 것처럼 보였던 그의 곡들은 사실 그런 전통을 녹여내면서 부르조아들에게 보여준 치열한 복수극이라는 생각마저도 든다. 아... 한가지 또 생각이 난다. 바흐 당시 18세기 독일에서는 음악잡지가 쏟아져 나왔는데 물론 몇년 정도 출판되다가 사라진 것들도 있지만 무려 오백여종의 잡지가 있었다고한다. 바흐를 이해할 수 있는 작지만 소중한 단서를 느낀다. 바흐를 들먹인것은 실은 내 사진들을 보면서 여러가지를 느꼈기 때문이다. 어떤 양식들을 녹여낸다는 것.. 그것도 아주 다양한 형식들과 내용들을 버무려 낸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결국 내 사진들은 모두 습작이라는 것이다. 프란시스 베이컨도 자신의 그림을 죽을때 까지 습작이라고 주장하고 결국 많은 그림들을 찢거나 없애버리기도 하였던 것이다. 한가지 양식을 죽을때까지 가지고 있는 작가도 있고 다양한 실험을 하기도 하는 작가도 있다. 진부하여도 깊은 내용이 담기길 바라지만 이 모든것들이 실은 사기에 해당되진 않나 하는 생각이 늘 든다. 긴장과 떨림이 내 주제이다. 맑고 서늘한 아침 온 산이 숲으로 몸피를 부풀리고 있다. 그리고 아직도 피레스는 절묘하게 쿠랑트를 피아노에서 옮겨적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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