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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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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훈의 " 공무도하 " ”
김훈의 "공무도하"를 읽는 내내 우울했다 늪속에 빠져있는것 같기도 했고 장마 한 복판에서 그 눅눅함을 속수무책 받아 드리는 기분이었다 햇살이 한 줄기 있었으면 하고 소망했고 때로 조바심이 났으나 마지막 페이지를 닫을때까지 추적추적 비만 내렸다. 김훈은 인간 삶의 먹이와 슬픔, 더러움, 비열함을 잘 벼린 칼 일급 주방장의 솜씨 간결하고 수식어 없는 문장으로 펼쳐 놓았다 나는 이 인간이 심장이 터질때까지 자전거 패달을 밟는 처절함으로 몽땅연필로 자신의 근육을 혹사하면서 이처럼 비루한 인간의 삶을 얘기하는 것에 대해 온전히 수긍할 수는 없었다 다만 인간이란 고등하고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비루하고, 치사하고, 던적스러운 동물이니 일단 이것 부터 인정하고 이 합의하에 무엇이던지 시작해 보자고 말하는 것 같았으나 이런 나의 서투런 짐작조차 그는 힘주어 얘기하는것 같지 않았다 일급 주방장의 칼솜씨를 조금만 보자 " 아파트 유리창에 하루 종일 빗물이 흘러내렸다 유리창 너머에서 비에 젖은 거리의 풍경이 구획을 잃고 구겨졌다 중량에서 벗어난 풍경이 흔들리면서 다가오고 멀어졌다" " 해망의 빈 시간은 난감했다 저녁의 빈 시간은 엉성했다 시간의 미립자들 틈새로 노을이 스몄는데 노을이 시간의 그물 구멍 사이로 빠져나가서 시간에는 노을이 묻지 않았다" "그 공식적인 문장에서 드러나기를 원치 않고 과장되기를 원치 않으며 다만 전달되기만을 바라는 선의를 느꼈다" "그의 문체는 순했고, 정서의 골격을 이루는 사실의 바탕이 튼튼했고 먼 곳을 바라보고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자의 시야에 의해 인도되고 있었다 그의 사유는 의문을 과장해서 극한으로 밀고 나가지 않았고 서둘러 의문에 답하려는 조급함을 드러내기보다는 의문이 발생할 수 있는 근거의 정당성 여부를 살피고 있었다 그의 글은 증명할 수 없는 것을 증명하려고 떼를 쓰지 않았으며 논리와 사실이 부딪칠 때 논리를 양보하는 자의 너그러움이 있었고 미리 설정된 사유의 틀 안에 이 세상을 강제로 편입시키지 않았고 그 틀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세상의 무질서를 잘라서 내버리지 않았으며,가깝고 작은 것들 속에서 멀고 큰 것을 읽어내는 자의 투시력이 있었다 그의 글은 과학이라기보다는 성찰에 가까웠고 증명이 아니라 수용이었으며 아무것도 결론지으려 하지 않으면서 긍정과 부정 그 너머를 향하고 있었는데,그가 보여주는 모든 폐허 속의 빛은 현재의 빛이었다 강을 건너고 산맥을 넘고 사막을 가로지르는 그 초로의 여행자는 관찰자인 동시에 참여자였고 내부자인 동시에 외부자였으며, 인간이 겪는 시간 전체를 살아가는 생활인이었다" 특히 맨 마지막에 길게 인용한 대목은 시적인 서정과 화려한 수사는 없지만 문장을 끌고나가는 힘이나 호흡, 중복되지않는 단어의 적절한 선택과 난해하지않으며 모자라지도않는 단어가 뿜어내는 아름다운 내공이 가히 김훈입니다요 가을은 역시 술과 음악의 계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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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서기
2009-11-0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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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조르바, 최일규선생님 넓고 다부진 이마가, 당신을 생각할 적이면 먼저 떠오릅니다 저렇게 고운 이마에 불었을 심상찮은 바람은 뒤를 따라 떠오릅니다 수양버들 늘어진 가지에 불던 바람보다 대숲 칼바람같은 세월이 더 많았겠지요 그래도 당신을 생각할 적이면 서늘한 기억보다 따뜻한 기억이 먼저 옴은 신산한 세월을 겪어온 당신의 다부진 사람됨이 먼저 오기 때문이겠죠 대밭산 대숲으로 들어간 바람이 몇 시간이고 울고 나오는 걸 보고 자란 내게 당신의 삶에 안긴 문학이 그 소리로 들리는 것은 소음 속을 살다 소리를 잃은 내 귀 때문만은 아니겠죠 저녁해 설핏하고 그림자 길게 눕는 저물녘 당신 서 계신 자리 외로움도 긴 그림자를 드리우지만 문학이란 안주가 있어 퇴근길이면 뽈찜집 귀 떨어진 상에 앉아 술잔을 기울여도 좋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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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별
2009-11-03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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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 성 글도 맛있고 나서기님도 반갑습니다. 김훈의 '개'도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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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
2009-11-0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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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이마가 넓은 편 인가요? 염색을 하지 않으면 흰 머리가 많다는 것 외 생김새나 옷차림에는 아예 무관심해서 나서기씨 얘기 듣고 거울 한번 봤습니다 저번에도 말 했던것 같은데 문학은 제게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입니다 옛사랑을 완전히 잊지 못하고 때때로 그리워해서 마누라(?)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도덕적으로 큰 흠결만 없다면 도리없는 노릇입니다 저가 좋아하는 희섭이 집에서 정치나 다른 건으로 괜한 논란이 생기는 것도 예의는 아니다 싶어 책, 음악,이런걸 자주하게 되네요 아시다시피 저가 술을 참 좋아합니다 술과 함께 하는 사람이 좋고 그 사람들과의 이바구가 더 좋습니다 요즘은 자신의 흥에 양을 잘 조절 못해 주책일까 싶어 고민합니다 달별 자주 보지도 못하고 서러운 님 처럼 가을을 보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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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화
2009-11-0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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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 선생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느낌이 많습니다만 표현할 방도가 없습니다. 그저 마음 속에 담아 때때로 곱씹어 살이 되고 피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으슬으슬 추워지는 계절입니다. 건강 챙겨야 해요, 잘잘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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