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21
2009년 작품집
|
|
2009102_1759Lss.jpg
“ 또한순간을제압하고 ”
 ㄴㅇ |
| 
|
조르바
2009-01-04 11:12
|
김 훈의 에세이 "바다의 기별" 에 소설 "칼의 노래"를 집필하게된 사연이 나옵니다 66학번 영문과에 입학한 작가는 일 년 내내 데모만 하는 암울한 시절 워즈워스,셸리,바이런,키츠등 영국의 낭만주의가 "그 시들은 배고프고 억눌린 청년들의 영혼을 그야말로 아편처럼 매혹" 했답니다 그러다 우연히 정말 우연히 도서관에 갔다가 "난중일기"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 희망이나 행복이나 미래가 전혀없는 절망만이 가득한 현실을 감당하는 한 사내를 만납니다 "그 절망의 시대에서 헛된 희망을 설치하고 헛된 희망을 꿈이라고 말하지 않고 그 절망의 시대를 절망 그 자체로 받아들이면서 통과해가는" 사내에게 무한한 애정을 느겼답니다 "난중일기"를 읽고난 후 부터 학교가 영문학이 싫어졌고 돈도 없어 학교를 그만두고 군대 갔다오고 순전히 오직 밥 벌어먹으려고 신문기자 생활를 했는데 "더 나이를 먹고 내가 나의 언어를 확실히 장악할 수 있는 어느날 나는 이 "난중일기"와 이순신이 처한 절망에 대해서 무언가 말할수 있게 되겠구나, 말할 수밖에 없게구나" 하고 느겼답니다 22세 처음 읽고 37년이 지난 어느날 "칼의노래"를 두 달만에 전격적으로 써답니다 작가가 이순신에게 37년동안 연연했던 이유는 그의 리더십이나 덕성이 아니라 리얼리스트 정신이었답니다 "암담한 패전 소식이 육지로부터 전해오는 날 이순신은 "나는 밤새 혼자 앉아 있었다"고 씁니다 아, 좋죠 "나는 밤새 혼자 앉아 있었다" 이것은 죽이는 문장입니다 슬프고 비통하고 곡을 하며 땅을 치고 울고불며 하는 것이 아니고 나는 밤새 혼자 앉아 있었다 혼자 앉아 있었 다는 그 물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진술한 것이죠 거기에 무슨 형용사와 수사학을 동원해서 수다를 떨어본들, "나는 밤새 혼자 앉아 있었다"를 당할 도리가 없습니다" 새해부터 얘기가 구질구질하게 늘어졌습니다 저는 22살의 김 훈이 아편처럼 매혹적인 낭만주의와 이별하고 리얼리스트 이순신를 절절히 사랑하는 사연을 들어면서 활자위로 이희섭의 사진이 자꾸 겹쳐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명석성"이죠 새해에는 이 방을 방문하시는 모든 분들이 아름다운 시간이 되기를 이 희섭에게도 |
|
|
|
한심거사
2009-01-04 22:17
|
조르바선생님~ 정말 오랫만에 뵙네요.^^ 지난 연말 , 행복한 점심시간을 함께 하지못해 내내 찜찜했었는데, 우선 여기서 인사드리게되어 다행이라 생각듭니다. 구정까지는 송년회가 유효하니 간만에 얼굴뵙고 이번에는 사진의 리얼리즘에 관해 말씀 좀 들었으면 하네요..~ 조만간 하해선생님과 함께 뵙겠습니다.. |
|
|
|
|
photo21
2009-01-05 08:10
|
"밤새 혼자 앉아 있음"의 미학이 가슴을 저며옵니다. 그 시간들의 질량은 감히 재어볼 수가 없을 것입니다. 오로지 혼자서 감내해야만 하는 송곳같은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불타는 들판의 시간이었겠지요. "명석성" 또는 명징함. 사진처럼 이 단어가 잘 들어맞는 개념이 없을듯 합니다. 애매모호한 감정의 들러리가 아닌 후벼파는 힘의 관철. 결국 제 작업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사진은 수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깊어갑니다. 그저 해석되어 느껴지는 부분들을 조금씩 풀어헤쳐 정말 "명석"하게 보여주는 것 그것 이상도 이하도 아닐것이지요. 김훈의 이야기로 새해 첫글을 올려주신 조르바 성의 뜻 깊이 새기겠습니다. 해 바뀐다고 이렇게 살겠다고 말하는게 우습긴 하지만 한 번 정리해보았습니다. 자신의 언어를 만들고 장악할 것. 분노와 격정의 감정들로부터 해방될것. 찍고 또 찍고 또 생각하고 그리고 또 생각하고 또 찍고 또 보고 생각하고 "밤 새 혼자 앉아있음"의 은유를 온 삶 속에 배어들도록 할 것. 헛된 희망 버리지 않고 절망은 절망대로 그대로 받아들이기. 그래서 뚜벅뚜벅 걸어가기. 아직도 나는 덜 절망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희망없는 절망의 수렁속에서 사진이라는 것 부여잡고 또 한 번 더 가 보는 것이지요 조르바성 늘 건강하시고 흐린 날 애매한 주막에서 함 보입시다. |
|
|
|
|
이희섭
2009-01-05 08:42
|
한심거사님... 격정 몇개 버리고 밥그릇 수 좀 줄이고 밥상에 수저 몇개 더 얹고 뭐 이렇게 쉽게 가다보면 산다는게 그닥 외롭거나 힘들지는 않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게다가 우리는 사진이라는 정말 즐거운 놀이기구가 하나 더 있지 않습니까... 조르비성과 개척해놓은 시청앞 어디 즈음의 아주 독특한 맛의 대구뽈찜 집이 하나 있는데 조용하기도 해서 참 좋습니다 한번 모시고 싶네요.....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