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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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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족이 되지 말라 ”
 잘 아는 목사님과 스님 한 분이 각각 계시다. 뭐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연합교(?) 신자라는 말은 아니다. 스님은 매주 찾아뵙는 분이지만 목사님은 최근 들어 통 뵙질 못했다. 그 분들 앞에 서면 모든 불평불만이 봄날 눈 녹듯이 녹는다. 그 분들 역시 세상의 부정과 비리에 대해 누구보다 비판적이지만 그럴 때조차도 ‘독’이 들어있지는 않다. 고치고 싶은 나의 어떤 성정에 대해 상담을 하면 스님은 오히려 “끝까지 더 해봐라”고만 하신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물론 그 말 속엔 이중의 울림이 있다. 목사님 역시 그러하시다. 작년인가 출판사하는 친구가 목사님 시골 댁에 놀러가서 밤새 술을 마시고 아침에 바깥에 나와 흐느적거리고 있으니, 아침 운동을 하고 들어오시는 목사님 웃으시며 황해도 억양으로 말하시기를 “야, 상경아 … 인생은 노는거야!” 하셨단다. 그 어처구니없는 말 속에도 역시 이중의 울림이 있다. 그 목사님은 내 친구의 아버지이자, 내 인생의 스승이다. 내 결혼식 주례도 맡아주셨다. 처가가 있는 진주에서 밤새 친구들과 어울려 결혼식 전야제를 치르고 술이 안깬 상태로 식을 치뤘다. 그때 목사님은 비수를 날렸다. “내가 신랑신부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딱 하나 있습니다. 귀족이 되지 말라는 겁니다.” 순간 식장은 싸늘해졌다. 그렇지만 나는 그 말을, 잘 지키진 못하지만, 비수처럼 품고 산다. 이효인/한국영상자료원장 이 글은 4월 10일자 한겨레신문에 실린 이효인님의 글입니다. 희섭아버님에 대한 단상이 있어 글을 옮겨 놓습니다. .................................... 서바, 됐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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