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해 이희섭의 PHOTO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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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작성자 조르바
작성일 2013-05-28 (화)
ㆍ조회: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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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면 피는대로 지면 지는대로(2) ”
여러분은 어떤 계절을 좋아 하십니까 저는 꼭집어 5월과 11월을 좋아합니다
오월은 날벌레도 없고 기온도 포근해서 야외에서 술마시기 제격이라 - 아! 초반부터 술타령
- 화려하게 피었다가 지는 상실의 애잔함이 가슴을 시리게 합니다 해서 인지 문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중가요가 "봄날은 간다 "라고 하데요 요즘이지요 원래 봄이 짧기도 하지만
올해는 그 온난화가 뭔가 때문인지 머구쌈같은 오월의 쌉살함은 실종 된것 같습니다
11월은 아직 나무가지에 낙엽이 몇 개 남아있는 적멸의 초입이지요 늦가을의 쓸쓸함은
나이가 들어 갈수록(?) 짙어 지네요 도입부가 싼뜻하지 못하고 구질구질해 졌습니다

책을 읽다가 어떤 귀절때문에 연상되는 것이 하도 많아서 진도는 고사하고 아예 작파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저께 강상중의 " 도쿄 산책자 "을 보다가 이런 문장으로
" 아이덴티티는 한국에서는 `정체성`으로 일본에서는 `동일성`으로 이해 됩니다 - - -
 정체성에도 동일성에도 그다지 속박되지 않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 -
 어떤 개인이든 어떤 국민이든 몇 개의 정체을 가지고 있습니다 - - -
 그러한 복수성에 눈뜨고 그것을 받아들임으로써 자신 안에서 몇 개의 자신을 발견해 가는것
 그것이 아이덴티티의 작법이라고 저는 생각 합니다 - - - 확실히 고정되어 있으면 겉으로는
 안심이 되겠지만 그것이 변화의 흐름을 막아 버리게 되어 오히려 내면에서는 변화를 두려워
 하게 되고 불안감만 커집니다 "
이희섭씨가 10년 전 쯤인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 형 이제는 사진을 좀 알 것 같네 인자는 제대로 찍을 것 같다 "
그런데 이 말을 잊을만 하면 되풀이 합니다 아마 올해도 했을 겁니다 처음에는 아 이제 뭔가
감이 왔나 보다 축하할 일이네 생각했는데 거의 일년 단위로 들으니 심드렁 해지고 사진작업의
고단함의 토설이거나 엄살 쯤으로 치부해 버렸지요 헌데 강상중의 얘기를 접하고는
" 사진" 대신 "인생 "으로 바꿔치기 해 보았지요
" 형 이제는 인생을 좀 알 것 같네 인자는 흔들임 없이 살 것 같네 "
알긴 뭘 알겠습니까 죽을때까지 모르는 것 이지요 그냥 흔들리면서 가는 거지요
안다고 자신하는 순간 오히려 닫혀 버려서 오만과 아집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닌가요
사진도 인생도 확정할 하나의 아이덴티티가 있기나 하는 건가요
어쩌면 우리는 예정된 패배를 인정하면서 절망을 간직하며 갈 수 밖에 없고 가야만 하는
이 지랄같은 모순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존재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베이징이란 도시는 전 세계 크레인을 다 모아 놓은것 같은 ` 발정 `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도쿄나 서울은 일단 그러한  ` 발정기 `가 끝났다고 하겠지요 "
"발정"이란 단어가 재미있어 면서도 매력적 이네요 모든 동물은 종족보존이란 절대적 과제를
위해 발정이 필수적이며 이것은 유전자에 각인된 본능이기도 할 것 입니다 하지만
인간만이 종족보존이 아닌 쾌락을 위해 발정을 소비한다는 사실처럼 조절이 필요한게
아닌가요 조절 못해 개망신 당한 윤창준을 보더라도 말입니다
이희섭씨 사진 " 살풍경 '에 유독 어색할 정도로 거대한 콘크리트 기둥이 발기된 폭력적
남근 일수도 있다는 상상을 했습니다 베이징도시의 발정을 읽어면서.
온 산화를 헤집은 발정된 욕망의 끝자락이 어딘지는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
발정의 허망한 뒷모습이 "폐허"라면 요즘 올라오는 몰락의 풍경들은 차라리 황망합니다

아! 인자 지겹기도 하고 마무리 해야 겠습니다
이처럼 쓸데없는 얘기를 주절주절 씨부린 까닭은 비가 왔기 때문이고
봄이 가기 때문이고 이런때 애인이 없기 때문 입니다
아마 십년 후 에도 희섭씨는 저에게 어느 흐린 주막에서 이렇게 말 하겠지요
" 형 이제는 사진을 좀 알 것 같네 인자 제대로 찍를 수 있을것 같다 "  
이름아이콘 이희섭
2013-05-29 06:18
"형.  인자는 정말 사진을 좀 알것같습니다... 지금부터 제대로 찍을 수 있을것 같습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사진들은 습작에 불과 합니다..."  하는 글로 시작을 해야 이 댓글이
형의 글과 일맥상통할 것인데... 사실은 그러질 못합니다.
내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저 그런 과거의 베낌정도이고  뭐 새로운것  없고
맹숭한 맹탕일 따름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거든요.  창조의샘?  뭐 이런거는 말라버린지
새까만 오래전 이야기이고   그저 면피할 정도로  그 비싼 필름만 죽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아침마다 하늘 쳐다보면서 어디쯤에서 사진을 찍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속절없는 아이덴티티의 무서운 습관때문이지요.
내 신분증명서인   내 사진들의 유효기간이   다 되어가는것 같습니다.

이제는 사진을 알고 말고도 아니고 전혀 다르게  세상과 사물들을 보고싶습니다


십년 후 쯤   흐린 주막에서 얼굴 함 보입시더.

그 주막이 세상의 끄트머리 어디일 수도 있고   포연 자욱한 전장터일 수도 있을겁니다.
혹,,, 아무도 없는 허공의 부유하는 공간일 수도 있겠지요.
그 때  우리는 무슨 이야기들을 풀어낼지  자뭇  궁금합니다.

긴 글   그러나 깊은 글   고맙습니다.
   
이름아이콘 노병희
2013-06-11 12:18
좋은 우정의 장
가슴이 따스해집니다
   
이름아이콘 박동임
2013-07-23 17:46
두분 선생님의 긴 대화 이 무더운 햇빛 가득한 날에 읽으면서도 왜 슬퍼지는지요 선생님의  이제 사진을 좀 알 것 같다는 말 해마다 듣게 되기를 희망합니다.선생님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이 있음을 알고 계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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