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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작성자 이희섭
작성일 2019-10-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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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조회: 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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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섭15회사진전 "낡고 삭은"알립니다. ”

2019.11월7(목)-11월13(수)
함양문화예술회관 전시실



Memento Mori

오랫동안 묵혀두었다
이 작업에 대한 생각도 오래 묵었고  준비해온 재료들도 낡고 삭아 이제는 더 이상
놔둘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제야 밖으로 내보내게 된다.
열다섯번 전시중의 하나이다.
 
아주 오래전  은현리 시골집의 텃밭에서 수확하고 난 후의 스산한 초겨울의
아침에 고춧대를 정리하고 태울 준비를 하다가  병들고 삭아 선택받지 못한 삭정이들을  
보면서  이 선택의 기준은 무엇인지, 제외된 것들은 의미가 없는 것들인지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들었고 언젠가는 내 사진의 한 물목으로 삼아 의미를 살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때부터 낡고 삭은 것들을 모아두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들은 바래어지어
바스라지고 본래의 형태에서 서서히 벗어난다. 그렇게 이 질료들은 나의 보관함 속에서 미이라가 된 채 긴 시간들을 보내게 된다.
이제 그것들을 꺼내어 조심스럽게  빛을 비추어 되살리는 작업을 하고 사각의 길쭉한 인화지에 사진의 형태로 만들어내게 되었다.

반짝이는 것, 화려한 것, 향기로운 것, 달콤한 것, 구멍이 패이지 않은 것, 길쭉하고 미끈한 것, 이런 특성과는 전혀 동떨어진 것들은 죽음과 패망을 떠올리게 하면서 피하지만 아! 삶이란게 결국 이것들과 만날 수 밖에 없지 않는가.
로마 식민지에서의 재화와 승리를  지키기 위해 이 경구가 사용되었지만  내게는 쭈그러지고 구멍뚫린 것들 또한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에 더 방점이 두어진다.
역설적으로 우리는 죽음을 완성하기 위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전시장에 걸릴  마흔아홉개의 사진은 다른 세계의 완성을 위해 떠나가려는 우리의 영혼일 수 있는 것이다.



Noli  me  Tangere

예수가 부활한 사실을 모른 채 막달라 마리아는 시신에 바를 향유를 들고 무덤에 갔으나
시신이 없어진 사실을 알고는 깊은 절망에 빠진다.  그 때 부활한 예수가 ‘마리아야’하고
부르자 마리아는 깜짝 놀라  이 장면이 정말인지 확인하려고 손을 뻗어 예수의 몸을
만지려고 한다. 그 때 예수가  ‘내게 손을 대지 마라!(Noli  me  Tangere)’라고 말한다.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많은 화가들이  이 상황을 그림으로  남긴다.
이 문장은 여러 가지 의미를 전달한다.  단순히 몸에 손을 대지마라는 뜻 이상의
의미가 있다.  몸이 되살아난 부활을 믿지 못하는 막달라 마리아는 적어도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촉각을 통한 만지는 행위였을 것이다. 하지만 부활이라는 것은 단지 몸의 다시 태어남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정신의 부활이기도 한 것이다.  만져보아 살아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마리아는 단순이 떨리는 손으로 살짝 만진 것이 아니라 온 힘을 다해 거머쥐고 놔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예수는 “나에게 손을 대지 마라!”고 말한 것이다.  막달라 마리아가 여태껏 소중하게 생각해왔던
과거의 집착과 욕심에서 벗어나라는 요구일 것이다. 부활한 예수는 촉감으로 느낄 수
있는 구체적인 대상이 아닐뿐더러   자신들에게 익숙한 과거의 모습도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의 습관과 욕망으로는  새로운 세상을 이해할 수도,만들어 낼 수도 없다는 것이다.

낡고 삭은 이번 작업의 내 사진들은  예수의 부활에 견줄 수야 없지만  어쨌든
나의 낡고 삭은 스캐너 위에서 몸을 눕혀   이 곳에서 되살아난 셈이다.그것도 몸을 두 번 뒤채어 앞과 뒤를 나란히  한 공간에서 이어 붙이고 컴퓨터의 포토샵작업 속에서 수없이 많은 변형과 수정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다른 형태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살아났지만 이것들은  내 사진 속에서 전혀 다른 세계를  지향한다.
손으로 만져서 확인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선 것이다.
곰팡이와 벌레와 시간의 도움으로 처음의 형상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질료로 태어난  것을 내가 조작한 기계장치의 도움을 빌어 다시 태어난 것이다.  형태를 빌어 정신을 나타낸(以形寫神)셈이다.  

이 작업을 위해 통상적인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고 스캐너를 사용하였다.
평판의 유리판 위에  몇 년간 묵혀두었던 다양한 상태의 고추와 가지를 눕혀 앞면과
뒷면을 따로 스캔하여 이 두 개의 이미지를 포토샵에서 내 생각대로 이어붙여 완성하였다. 스캐너의 특성상 극히 얕은 피사계심도로 인해 유리판에 닿지 않는 부분들은 흐리게 나타나지만 오히려 그것들이 형상을 이루어내는 데 내 의도와 더 적합하였다.
이미 재료들은 오랜시간 탈색되어 무채색에 가까워졌지만 색의 나타남을 제한하였다.
재료의 선택은 수확이 끝난 경작지에서  다양한 모양의 떨거지들을 포대에 담아와
여러 번의 겨울과 여름을 나면서 기온과 습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된 것들 중에
제법 온전하게 남은 것들을 골라 선택하였다.   어떤 것들은 과산화수소수와 암모니아수를 혼합한 용액에 며칠간 담궈 탈색이 된 것을 건조시켜 스캔작업에 사용하였다.
긴 시간 모진 작업에 시달린 재료들에게 송구스럽고 이제야 편하게 땅으로 돌려보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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